semper eadem

늘 한결같이 Since 2004.5.9

광골의 꿈

일본에 오면서 좋아하는 책만 몇 가지 가져왔었는데 읽었던 책을 읽고 또 읽고 하니 슬슬 지루해지더군요. 원서 책들은 아무래도 해석하랴 내용 파악하랴 정신없어서 보고 나면 어디까지 제대로 본 건지도 까리하고 말이죠.
마침 요근래에 지난번에 한국 갔을 때 가져온 망량의 상자를 다시 읽고 있었던 참이라(두꺼워서 읽고 또 읽어도 덜 지겨움..;) 고쿄쿠도 새 시리즈가 나왔다길래 인터넷으로 주문해봤습니다.
우울한 세키구치, 무대포 기바, 그리고 이번에는 이사마까지, 모두 우다가와 아케미라는 여인의 혼돈스럽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과거와 여기 저기에서 산발적으로 등장하는 해골에 관련된 사건들 속에서 우왕좌왕하며 휩쓸립니다.  

마지막에 여러 사건들을 묶어 나가는 과정은 여전히 흥미진진한데다가 드라마성이 진한 점은 마음에 듭니다만 망량의 상자에 비해 사건을 서술하는 분량이 너무 길어서 장황한 데다 이번에도 역시나 짠 하고 나타난 교고쿠도는 만능하게 사건을 해결! 이라는 구조가 슬슬 식상하긴 하네요.(뭐 애초에 그래서 이 책이 교고쿠도 시리즈이긴 하지만)

객실에는 세키구치와 낚시터 이사마야의 주인이 앉아 있었다.
세키구치는 여전히 기운 없음을 뭉쳐서 굳힌 듯한 음침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이사마야는 이사마야대로 인도의 마술사 같은 알 수 없는 차림으로 유유히 앉아 있다.
주인은 도코노마를 등지고, 마치 마을자치회의 사람들이 전부 죽기라도 한 것처럼 떨떠름한 얼굴로 책을 읽고 있었다.
"네놈들, 무슨 회합이야? 세상에는 밝은 화제가 하나도 없다는 걸 서로 확인하고 있는 거냐?"
그렇다면 기바도 동료로 끼워 주었으면 좋겠다.
성격은 제각기 달라도 기본 정서는 '음침'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이들이 모이면 세상의 기이하고 불행한 사건은 다 몰려드는 듯하네요.(김전일 옆에 있으면 살해당한다, 와 비슷한 법칙일지도. -_-) 그래서 유일하게 그 분모가 다른 탈탐정(?)이 한층 돋보이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에노키즈는 망량의 상자에서보다 등장신도 늘어나면서 그 발랄함(?)이 점점 더 마음에 드는군요.
TB (1)| REPLY (6)| by Ri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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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Happy Ray in NY 08/11/28 11:46 x
제목: 읽은 책 짤막감상
읽은 책 짤막감상에 이은 두번째 짤막감상 포스팅. 이번에는 다음 책정보넣기를 활용하여 좀 화려하게 꾸며보았다. 광골의 꿈 광골의 꿈(상) 지은이 교고쿠 나츠히코 상세보기 광골..
06/10/19 22:10 REPLY DEL
책은 딱히 정하지 않고 책장에 돌다가
제목에 끌리면
읽는 스타일 이라 작가에 대해
잘 모르는데 (남독쟁이)
망량의 상자가 꽤
유명한 사람것 이었네요;;
꽤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이것도 나중에 한번 찾아서 읽어봐야 겠어요
06/10/20 09:23 DEL
저는 한권 읽고 마음에 들면 그 작가 다른 걸 또 찾아보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스타일이라서요. : )
망량의 상자를 재미있게 보셨으면 이 광골의 꿈이랑 우부메의 여름도 읽어보시면 재미있을 거예요. 이 작가 작품들이 좀 길긴 해도 음산하면서도 가라앉은 분위기가 멋지지요.
06/10/20 12:16 REPLY DEL
역시 이번 작품의 백미는 에노키즈 명탐정이었죠~~
에노키즈가 주인공인 다른 작품은 다른 출판사에서 판권 가져갔다던데 깜깜 무소식이어서.. 원서로 읽어야 하나 걱정입니다.
읽으면서 '어째서 관련인물이 전부 교고쿠도의 지인인 건데!' 했는데 과연, 말씀대로 음침한 사람들이 모이면 온갖 기이한 사건이 달려드나보다.. 로 생각해야겠습니다..^^;
06/10/20 15:26 DEL
전작들에 비해서도 유난히 에노키즈가 튀었어요. 등장 신들도 모두 짜잔~ 하는 느낌이었달까. ^^;
음침한 친구들 사이에서야 반짝하는 맛이 있는데 에노키즈가 주인공이 되면 어떤 분위기가 될른지 궁금하긴 하네요. 어느 출판사인지는 모르겠지만 판권을 가져가고 지금까지 깜깜무소식이면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_-;;

우연히 고교쿠도의 지인들이 사건에 얽힌 게 아니라 사건이 필연적으로 그 사람들을 얽어맨다고 생각하면 그냥 납득하면서 보게 됩니다.( '')
08/11/28 11:45 REPLY DEL
아아아 아아앗 짜잔하는 등장음 저도 들렸어요. ㅋㅋㅋ 에노키즈...그 음침하고 착잡한 분위기 속에서 그나마 큰기쁨 주는 캐릭터..너무 얼척없어서 더 애정이 생기더군요^^
근데 정말 이 소설은..ㅠㅠ 영 따라가기 힘들었어요. 좀 억지스럽기도 하고...ㄱ-;;;;; 게다가 교고쿠도...점점 등장횟수가 적어지는 것도 불만스럽구요 이잉..
08/11/28 22:36 DEL
나중에 결론 부분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정말 '이뭥미' 였지요. -_-; 뭔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쓰고 싶었던 것 같은데 좀 과했다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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